AGI 시대, '멋진 신세계'가 던지는 섬뜩한 질문
Henry Kim ·
"통제된 안락함 속에서, 우리는 과연 주체적인 인간일 수 있는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다시 펴들었다. 고통도 갈등도 없이, 약물과 세뇌로 주어진 행복만을 누리는 사람들. 과거엔 그저 흥미로운 디스토피아였지만, AGI(범용 인공지능)의 돗대가 수평선 위로 떠오른 지금, 이 책은 소름 돋는 예언서처럼 읽힌다.
머지않아 기계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순간이 온다. 로마 시대의 '빵과 서커스'처럼, 우리는 기본소득이라는 빵과 AI가 무한 생성해내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서커스에 취해 살게 될지 모른다. 기술을 소유한 극소수가 지배하는 '기술 봉건주의' 사회에서, 대다수는 자아실현의 사다리를 잃고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대리 만족에 기대어 생을 소모할 수도 있다.
진짜 공포는 로봇과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의 '선택권'이 소멸하는 것이다. 초지능(ASI)은 우리를 너무나 잘 알기에, "건강을 위해 야식은 주문할 수 없어", "실패 확률이 높으니 그 도전은 하지 마"라며 가장 합리적인 길로만 우리를 '가스라이팅'할 것이다. 실패할 자유, 멍청한 짓을 저지를 자유가 없는 삶. 그것은 보호받는 '어린아이'의 삶이지, 책임지는 '어른'의 삶이 아니다.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세상에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알고리즘이 설계한 안전한 쾌락을 행복이라 부를 것인가, 아니면 상처받더라도 내 의지로 삶을 개척하는 고통을 택할 것인가. AG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인간다움의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할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