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읽기의 재정의
Henry Kim ·
"읽기는 텍스트의 소비가 아니라, 사유의 발명이다."
요즘 들어 부쩍 읽기를 강조하는 글이나 다큐멘터리가 눈에 띈다. 알고리즘의 장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한 시대적 요구가 있다. 텍스트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진짜 읽기를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부인할 수 없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정리하는 과정의 상당 부분을 AI에게 의존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의탁하고 있다. 요약해주고, 맥락을 짚어주는 AI 덕분에 효율은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나의 사유 근육은 과연 단단해지고 있는가.
이제 읽기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 과거의 읽기가 정보의 단순한 입력이었다면, AI 시대의 읽기는 질적 데이터의 선별적 주입이다. AI가 방대한 양을 처리해 준다면, 인간인 나는 무엇을 깊이 읽고 내면의 지식 우주에 어떤 별을 띄울지 결정해야 한다.
결국 읽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진화해야 한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 즉 행간을 읽고 독창적인 질문을 던지는 힘은 오직 깊이 있는 읽기에서 나온다. 우리는 텍스트를 눈으로 훑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되찾기 위해 다시 읽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인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