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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로컬로 돌아가라

Henry Kim ·

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지겨울 정도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제 다시 로컬을 봐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는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를 찬양했다. 노트북 하나 들고 휴양지 섬에서 일하며 달러를 버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 그것이 성공의 상징이었다. 내가 만든 앱이 글로벌하게 팔리고 돈을 버는 세상. 하지만 지금 주변을 둘러보라. 그런 낭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남아있는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AI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격으로 가능하다'고 믿었던 일들은 냉정하게 말해 '컴퓨터로만 처리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컴퓨터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작업은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원격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은, 곧 AI에 의해 대체될 1순위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스크린 속의 세상은 이제 인간의 독점적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역설적으로 피지컬(Physical)의 세계, 즉 로컬에 주목한다. AI가 코딩을 짜고 마케팅 문구를 1초 만에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당장 우리 동네의 복잡한 이해관계나 오프라인 현장의 미묘한 공기를 읽어낼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부대끼는 로컬의 네트워크 속에는 AI가 아직 학습하지 못한 물리적인 복잡성이 존재한다. 적어도 당분간은 이곳이 유일한 시간적 완충지대다.

오픈AI와 같은 거대 기업들은 내가 모니터 앞에서 하는 모든 사고와 업무를 대체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특정 지역, 특정 비즈니스 도메인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현장 지식과 인프라는 그들의 거대 언어 모델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그러니 지금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다면 제안하고 싶다. 당신이 발 딛고 있는 그 로컬을, 그 비즈니스를 인공지능의 관점에서 다시 뜯어보라.

막연히 오프라인 장사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로컬의 비즈니스 구조를 재해석하고, 그 안에서 독보적인 데이터를 쌓고, 진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남들이 글로벌을 외치며 허공을 볼 때, 땅을 단단히 딛고 그 위에 AI라는 도구를 얹어야 한다. 이것이 인공지능이 대세인 시장에서 나만의 해자(Moat)를 파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

물론 10년 뒤의 세상은 나도 모른다. 그때는 물리적 로컬마저 증발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향후 몇 년간, 승부는 모니터 밖 로컬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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