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장인정신보다, 지치지 않는 타석의 횟수가 결국 시장을 지배한다.
Henry Kim ·
나의 첫 직업은 광고 영상 제작자였다. 기획하고, 설득하고, 콘티를 짜고, 다시 설득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스태프와 회의를 거쳐 촬영을 하고, 편집실에서 밤을 새우며 컴퓨터 그래픽을 입혔다. 시사회를 열고 무수한 수정 요청을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은 매번 피를 말리는 도박과도 같았다. 광고 업계에도 야구처럼 일종의 타율이 존재한다. 타율이 좋은 기획자에게는 더 높은 제작비가 주어지고, 성공에 대한 묵직한 기대가 뒤따른다. 나 역시 꽤 타율이 좋은 기획자였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짙은 불안과 끝없는 긴장감 한복판에 서 있어야 했다.
이런 지난날의 회상에 잠긴 것은 최근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씨댄스 2.0 모델을 마주하고 나서다. 몇 년 전부터 영상 생성 인공지능은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이번은 완전히 다르다. 텍스트와 이미지, 오디오를 동시에 결합해 완벽한 비트 싱크까지 맞춰내는 이 기술은 사람의 결과물과 95퍼센트 이상 일치하는 지점에 도달했다. 단돈 80달러를 들여 만든 10분짜리 단편 영상이 당장 넷플릭스에 걸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솔직히 말해, 올해 영화와 광고 제작 업계 종사자의 90퍼센트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여전히 인간 특유의 장인정신과 완성도를 무기로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초반에 언급한 타율의 개념을 다시 떠올려보자. 한 달에 단 한 번 타석에 서는 타자와 1분마다 한 번씩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가 있다. 안타의 총량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마켓은 결국 자주, 그리고 많이 치는 안타를 원한다. 혼자서 스토리보드부터 촬영, 후반 작업, 오디오까지 모두 처리하는 1인 완전 제작팀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압도적인 횟수는 무한한 가능성과 비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아무리 뛰어난 장인정신이라도, 결국 시장은 비용과 속도의 효율 앞에서 인공지능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내 소셜 미디어 피드에도 무수히 많은 논란이 쏟아진다. 할리우드의 주요 스튜디오들은 초상권과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강력한 법적 경고를 날리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누구나 감독 수준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나는 이 옳고 그름의 논쟁에 깊이 참여하고 싶지 않다. 역사가 증명하듯, 압도적으로 유용하고 파괴적인 기술이 발명되었을 때 그것을 배척만 했던 세상은 없었다.
초반의 저항과 혼란으로 잠시 주춤할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단 하나다. 이제 영상 생성 기술의 실험 단계는 모두 끝났다. 당장 내일의 실제 마케팅 캠페인에 이 기술이 투입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신호탄이 터진 것이다. 지금 내 책상 위의 컴퓨터를 들고 20년 전의 나에게 돌아가, 앞으로 펼쳐질 이 엄청난 세상을 미리 전해주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