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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그리고 나의 실수

Henry Kim ·

"먹방, 그리고 나의 실수"

살면서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개중에는 가벼운 찰과상으로 끝난 것도 있지만, 눈치 빠른 이들이라면 낚아챘을 거대한 기회를 고정관념 탓에 놓쳐버린 뼈아픈 기억도 있다. 몇 번의 미디어 지각변동에서 미끄러지고 난 뒤에야, 나는 비로소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시간을 되돌려 2011년, 유튜브가 한국에서 막 꿈틀대던 시기였다. 당시 유튜브 한국 사장은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에게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다녔다. 우리 회사 역시 그 테이블에 앉았고, 싸이가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당시 우리 회사는 소위 '잘나가는' 에이전시였다. 이미 90% 이상이 선점한 전통 미디어 환경에서 대기업과 정부의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 눈에 조회수 몇백 따위나 기록하던 한국의 유튜브는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다. 클라이언트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그저 그런 동영상 창고로 보였을 뿐이다.

그때 나는 오만했다. 싸이가 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로 1억 뷰를 달성하며 전 세계를 흔들 때도, 나는 여전히 기업 PT 장표를 다듬으며 안주했다. 세상이 이렇게 천지개벽할 줄은 상상도 못한 채 말이다.

가장 부끄러운 기억은 '먹방'에 대한 나의 태도다. "누가 남이 밥 먹는 걸 멍하니 보고 있어?" 당시 내가 가장 비웃던 콘텐츠가 바로 먹방이었다. 전문가라는 알량한 타이틀을 달고, 대중의 욕망을 읽기는커녕 내 잣대로 재단하고 폄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나는 퇴근길에 먹방을 즐겨 본다. 내가 비웃던 그 콘텐츠가 이제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가끔 상상해본다. 만약 그때 내가 '먹방'을 비웃지 않고, 그 이면에 꿈틀대던 '연결'과 '날것의 욕망'을 읽어냈다면 어땠을까. 얄팍한 프라이드를 버리고 유튜브 크리에이터 회사를 차리거나, 숏폼 미디어 앱을 개발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미디어 환경은 인스타, 틱톡을 넘어 AI가 주도하는 시대로 또 한 번 급변하고 있다. 내가 굳이 지난날의 실수를 꺼내어 곱씹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에게 후회란 단순히 감정적 소모가 아니라, 돈이 들지 않는 가장 확실한 '미래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이다.

다가 올 시대가 AI 에이전틱 시대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재미로 모든걸 버리는 사람이 그 시대에 올라탄다는 것만 나는 안다.

Foloup · SKAIA 연구 과제 · SKAIA에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