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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시대를 회상해보다.

Henry Kim ·

초등학교 5학년, 부모님이 처음으로 내게 컴퓨터를 사주셨다. 당시 대우에서 출시한 아이큐 2000이라는 모델이었다. 플로피 디스크라는 혁신적인 매체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나의 현실은 달랐다. 카세트테이프를 꽂아 아날로그 방식으로 레코딩하고 디코딩하는, 이른바 기다림의 시대였다. 게임 하나를 화면에 띄우기 위해서는 스피커를 찢을 듯한 이상한 삑삑 소리를 한참이나 견뎌야 했다.

학원에서 베이직 언어를 1년 남짓 배웠을 무렵, 삼촌이 집에 오셨다. 삼촌은 모니터를 가리키며 대체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아주 당당하게 문자열을 반복해서 화면에 띄우거나 간단한 함수를 계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삼촌은 잠깐 화면을 보시더니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쌩하니 가버리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삼촌의 시선에서는 이 비싼 기계의 실용적인 쓰임새가 중요한 포인트였을 것이다. 화면에 무의미하게 나열되는 숫자나 코드는 어른의 눈에 아무런 가치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내게는 훨씬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 컴퓨터를 산 직후 몇 달 동안 지루한 베이직 코딩에 매달린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집에서 내 손으로 만든 컴퓨터 게임을 마음껏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였다. 서점을 뒤져 온갖 게임 관련 책을 사고 컴퓨터 잡지에 실린 부록 코드를 모조리 긁어모았다. 그리고 친구를 불러 꼬박 5일 동안 밤을 새웠다. 정말 쪽잠을 자가며 모니터 앞을 지켰고 타자를 쳤다.

그렇게 5일의 혈투 끝에 완성된 횡이동 점프 게임은 어설픈 마리오를 닮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실행된 지 단 3분 만에 치명적인 에러를 뿜어내며 멈춰버렸다.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결말이지만 그때의 나는 코드가 처음으로 실행되는 찰나의 순간에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수천 줄의 코드를 눈으로 훑으며 오류를 찾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잘못된 코드를 1초 만에 수정하고 다시 실행해 주는 지금의 AI가 있었다면 결과는 완벽했겠지만 말이다.

생물의 진화에 빗대어 본다. 그때의 16비트 컴퓨터가 단순한 구조의 진핵생물이었다면 지금의 기술은 끝없이 분화하고 발전해 복잡한 고등생물의 형태를 띠고 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정교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 나는 가끔 그 낭만의 시대가 몹시 그립다.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테이프를 돌리고 디코딩의 파열음을 들으며 두근거렸던 나의 첫 컴퓨터. 완벽하지 않아서 더 애틋했던 그 투박한 시절의 음악이 오늘따라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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