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를 팔다
Henry Kim ·
레시피를 팔다
코딩 자동화의 끝에서, 개발자는 어디로 가는가. 한 줄로 뚝딱 앱을 만드는 시대가 오면 지금까지의 노력과 경험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걸까? 최근 나에게 계속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AI agent가 아무리 똑똑해도 한계가 있다. "제너럴한 입력은 제너럴한 아웃풋을 만든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업계의 진짜 노하우는 성공 공식이 아니라 실패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능이 있으면 좋다는 건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했더니 이 업계에서 망했다"는 건 직접 피를 흘린 사람만이 안다.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성공 패턴은 학습한다. 하지만 업계 안에서 조용히 묻힌 실패들은 학습하지 못한다. 그것이 복제 불가능한 영역이다. 나 역시 로컬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 자동차 딜러십용 앱들을 만들면서, 똑같은 기능도 업계 문법에 맞게 다듬기까지 수백 번의 수정이 필요했다. 그 보정값이 없었다면 그냥 평범한 앱이었을 거다.
요리사를 생각해보라. 같은 재료, 같은 도구를 쓰고도 전혀 다른 맛을 낸다. 비밀 레시피는 며느리도 안 가르쳐준다는 말처럼, 그 안에는 재료 목록이 아니라 수백 번의 실패 끝에 만들어진 보정값이 있다. IT 시장도 이제 그렇게 된다. 레시피를 가진 사람이 AI로 앱을 만들면, 같은 툴을 써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 1~2%의 차이가 매출을 가르는 시대가 온다. 역사가 그랬다. 인터넷이 모두에게 정보를 줬을 때, 정보 자체의 가치는 낮아졌지만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의 가치는 올라갔다. AI가 모두에게 코딩 능력을 주면, 코딩 자체의 가치는 낮아지지만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아는 것의 가치는 올라간다.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레시피를 설계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