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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의 기준, 튜링 테스트가 아니라 발로란트다

Henry Kim ·

어제 아이들과 1인칭 슈팅 게임인 발로란트 이야기를 나눴다. 게임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나는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농담 반 진담 반의 허풍을 떨었다. 올해가 지나면 너희가 잠을 자는 동안 AI가 대신 마우스를 움직여 레디언트나 불멸 같은 최상위 계급을 따놓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이다.

나의 예상과 달리 아이들의 반응은 게임의 본질적 재미가 사라진다는 허무함이 아니었다. 그들의 눈은 오히려 빛났다. 남들이 쓰기 전에 자신들만 먼저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누구나 쓸 수 있다면 가치가 없지만, 나만 쓸 수 있다면 학교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는 것, 이것이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감지한 기술 격차의 힘이다.

나는 곧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 말했지만, 냉정하게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텍스트를 생성하고 코드를 짜는 것과, 0.01초의 찰나에 적을 인식하고 마우스 커서를 정확히 움직여 헤드샷을 날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재의 AI는 뇌는 비대하지만 손발은 굼뜬 상태다. 생각의 결과값이 물리적 액션으로 이어지는 반응 속도, 즉 레이턴시(Latency)의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AGI(범용 인공지능)의 도래를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 복잡한 튜링 테스트나 철학적 논쟁은 필요 없다. 그저 AI에게 아무 게임이나 툭 던져주면 된다. 그 게임이 발로란트든, 처음 보는 인디 게임이든 상관없다. AI가 화면을 인식하고, 규칙을 스스로 파악하여, 단 몇 판 만에 인간 프로게이머를 압도하는 피지컬을 보여주는 날. 바로 그날이 진정한 AGI가 도착한 날이다.

이것이 중요한 지표인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히 데이터를 학습해서 정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게임)에 던져졌을 때 스스로 원리를 파악하고, 실수를 통해 학습하며, 그것을 실시간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자전거 타는 법을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 가며 몸으로 익히는 과정과 같다. '체화된 지능(Embodied AI)'이야말로 인간 지능의 마지막 관문이다.

이제 막 마우스를 잡기 흉내 내기 시작한 현재의 에이전트 모델들은 아직 갓난아기 수준이다.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벽에 부딪히고 있다. 하지만 이 아기가 일어서서 뛰기 시작하는 순간, 그 속도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를 것이다. AGI가 언제 오는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뉴스를 검색하는 대신 당신의 모니터 화면을 보라. 그 AI Agent 에게 아무 게임이나 던져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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